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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상식

미국 지방은행 위기, 연준은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까

by 야무머니 | 돈 모으는 지름길 2025.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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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방은행 위기, 연준은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까

미국 지방은행 위기, 연준은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까

금융시장 분석 | 2025년 10월 17일

다시 불거진 지방은행 부실 우려

2025년 10월 16일, 뉴욕증시에서 자이언스 뱅코프의 주가가 13.1% 폭락했습니다. 웨스턴얼라이언스도 10.8% 급락하며 미국 지방은행 부실 공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자이언스는 일부 차주의 부실대출로 6천만 달러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한다고 밝혔고, 웨스턴얼라이언스는 고객이 허위 자료를 제출한 정황을 공개했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최근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한 발언이 시장에 재조명되면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당시 SVB는 단 10시간 만에 420억 달러의 예금이 인출되는 사상 최악의 뱅크런을 경험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개별 은행의 문제인지, 아니면 시스템적 위기의 신호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현재 미국 지방은행 지수는 52주 최고치 대비 16% 하락한 상태이며, 시카고 변동성 지수는 하루 만에 22.63% 급등했습니다.

연준의 긴급 대응 도구들

연준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디스카운트윈도우, 정기자금조달프로그램(SRF), 그리고 양적긴축 조정입니다. 각각의 제도는 금융시스템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설계되었습니다.

디스카운트윈도우는 연준이 적격 예금기관에 단기 유동성을 제공하는 가장 전통적인 수단입니다. 은행들은 담보를 제공하고 연준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그리고 2023년 SVB 사태 직후 디스카운트윈도우 대출은 급증했습니다.

2023년 3월 은행위기 당시 연준의 디스카운트윈도우와 신설된 은행정기자금조달프로그램을 통해 약 1,500억 달러가 은행권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이는 시스템 붕괴를 막는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연준은 2021년 7월 정기환매조건부증권매입제도(SRF)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1차 딜러와 특정 예금기관이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SRF는 금리 상한선을 제공하며, 특히 삼자간 레포시장에서 금리 급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디스카운트윈도우의 치명적 약점

하지만 이 제도들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낙인효과(stigma)입니다. 뉴욕연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디스카운트윈도우에 대한 낙인효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합니다.

은행들은 디스카운트윈도우를 이용하는 것이 재무건전성 약화의 신호로 비칠까 두려워합니다. 규제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5년 6월 실시된 고위금융임원 설문조사에서 38명 중 34명이 디스카운트윈도우보다 SRF를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이런 낙인효과가 더욱 강해진다는 점입니다. 2023년 3월 은행 혼란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실현된 낙인효과가 특히 강했습니다. 은행들은 현금 보유량이 낮거나 무보험 예금 비중이 높을수록 디스카운트윈도우 이용을 꺼렸습니다.

SVB 사태가 터진 당일, 시그니처은행에서는 단 2시간 만에 200억 달러의 예금이 인출되었습니다. 이처럼 속도가 생명인 현대 금융위기에서, 은행들이 낙인효과 때문에 디스카운트윈도우 이용을 주저한다면 연준의 대응은 무력화됩니다.

SRF와 QT 조정, 그 실효성은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양적긴축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2조 달러 이상 축소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은행 지급준비금이 과도하게 줄어들면 단기금리가 급등할 위험이 있습니다. 2019년 9월, 연준의 QT 과정에서 익일물 레포금리가 목표범위를 3% 이상 초과하며 급등한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현재 연준은 QT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2025년 3월부터 국채 월간 만기 상환 한도를 60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이는 은행 지급준비금이 적정 수준에 근접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딜레마가 있습니다. 연방정부 부채한도 문제입니다. 2025년 1월 2일 재설정된 36.1조 달러의 부채한도로 인해 재무부 일반계정 잔액이 7천억 달러에서 3천억 달러로 급감했습니다. 부채한도가 해결되면 재무부는 국채 발행을 급증시킬 것이고, 이는 QT와 맞물려 유동성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전망에 따르면 연준은 지급준비금이 약 3조 달러 수준에 이를 때 QT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2023년 SVB 사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정책 신뢰의 의미와 투자자의 선택

결국 연준이 커버할 수 있는 선은 명확합니다. 단기 유동성 위기는 막을 수 있지만, 시스템적 신뢰 붕괴는 막기 어렵습니다. 디스카운트윈도우의 낙인효과는 은행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SRF는 더 나은 대안이지만, 규모와 접근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QT 조정은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효과적이지만, 부채한도와 같은 외부 변수에 취약합니다. 무엇보다 연준의 정책 도구들은 예방적 성격이 강할 뿐, 이미 시작된 뱅크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분석처럼, 연준의 정책은 과학이자 예술입니다. 적정 지급준비금 수준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시장 상황은 예측 불가능하게 변합니다.

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연준의 정책 신뢰가 유지되는 한 시스템은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어떤 정책 도구도 소용이 없습니다. 2023년 SVB는 하루 만에 무너졌습니다. 현재 미국 지방은행들의 부실 징후는 단순한 개별 사건일 수도, 더 큰 위기의 전조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 낙관도, 과도한 공포도 아닙니다. 연준의 정책 수단과 그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시장이 보내는 신호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입니다. 금융시장에서 '안전'은 보장될 수 없지만, '준비'는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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